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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4 - [좋아함] - (손석희-앵커브리핑) 17.01.03.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4일)은 여러분과 고민을 좀 나눌까 합니다.

기억하시겠지요. 재작년 말 한일 간 위안부합의가 이뤄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에 사시는 한 시청자께서 일본의 돈 십억 엔은 받을 수가 없다며 현금 1020만 원을 저희에게 보내오셨습니다.



그 돈을 밀알로 해서 모금운동이라도 해달라는 의견이었지요. 저희는 언론사가 모금의 주체가 되기가 참 어렵다, 법적으로 그렇게 돼 있다고 말씀드리고 정중하게 되돌려 드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보시는 이 사진. 수요 집회가 꼭 25주년을 맞은 오늘, 그 때의 그 시청자께서는 또다시 저희에게 돈이 든 봉투를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함께 들어있었던 편지 내용을 잠깐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막상 이뤄진 것은 무엇입니까? 일본의 돈은 들어왔고…여전히 열 한 분의 할머니들은 명백하게 거부의사를 표하고 계십니다. 저는… 부끄러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 저를 행동하게 했던 아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면 뭐해요, 바뀌는 게 없는데…' 그 말을 듣는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지난 번 앵커브리핑에서 들었던 마지막 멘트를 기억합니다. '우리의 자존심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 우리 자존심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일본의 돈을 거부하고 계신 할머니들을 위해서라도 할머니들이 더 힘들어지고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나서주시길 바랍니다. 일본의 지진에도 성금을 모아서 보내주었는데 우리의 자존심을 위해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여기에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이 흔쾌히 마음을 내었고, 진정한 광복을 바라는 의미에서 저와 아들, 딸이 조금 더 보태어 1945만 원을 만들어 보냅니다."



그렇습니다. 이 분께서는 지난번보다 두 배 가까운 돈, 그것도 해방되던 그 해와 숫자가 같은 1945만 원을 모아서 또다시 보내주셨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희들의 고민은 다시 시작됩니다. 모금과 관련해서 솔직히 언론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또다시 이 돈은 되돌려 드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것은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있어도 시민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있다는 것. 

시민 여러분과 저희가 이렇게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여전히 많다는 것.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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