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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4 - [좋아함] - (손석희-앵커브리핑) 17.01.04. 다시금 배달된…'1945만원'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청소년 시절의 필독서…그러나 이제는 아스라해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기존의 세상에서 새로운 세상으로의 깨침을 그렇게 말했지요.

오늘(5일)의 앵커브리핑은 그러나 그렇게 철학적이진 않습니다. 보다 작게 소박하게 말씀드릴까 합니다.



양손에 쏘옥 들어오는 이 작은 달걀의 의미는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달걀은 가난이었습니다. 시인 김수영은 가난을 면해보려 닭을 키웠습니다.



"인제 석 달만 더 고생합시다. 닭이 알만 낳게 되면 당신도 그 지긋지긋한 원고료 벌이 하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돼요" 

아내의 말을 들은 시인은 사람은 굶어도 닭은 굶길 수가 없어. 종종걸음을 쳤습니다. 




누군가에게 달걀은 애틋한 사랑이었을 것입니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삶은 달걀을 좋아하던 사랑방 손님이 떠난 그 날. 어머니는 달걀장수에 말합니다.

"인젠 우리 달걀 안 사요. 달걀 먹는 이가 없어요." 

누군가에게 달걀은 추억이었습니다.


엄마가 부엌 살강 밑에 놓인 항아리에 귀하게 모으던 달걀, 할머니랑 아버지 상에만 오르던 달걀찜.




그리고 누군가에게 달걀은 분노를 표현하는 무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눈에 맞았으면 실명했을 뻔…" 날아온 달걀을 피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정치인들도 많았습니다.

작은 달걀 한 알…한국인의 소비량을 굳이 셈하지 않아도…달걀은 우리와 뗄 수 없는 무언가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달걀은 지금 우리에게는 또한 무엇일까…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지 50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살처분 된 생명은 무려 3000만을 넘었습니다.

양계농가의 눈물과 원가상승에 고민인 식당들…

권력은 오직 그 유지와 재창출을 위해 매진했고, 그 곁의 누구는 그 권력에 기대어 혹은 그 권력과 함께 사익을 취했다는 의혹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지금…국정은 구멍이 났고 한 알의 달걀에서 오는 행복조차 미뤄둬야 하는 사람들…

그래서 지금의 우리에게 달걀은 눈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제 설이 지나면 새해는 붉은 닭의 해입니다. 말씀드리다 보니 데미안이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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